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국내에서 아주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100년 만에 고국을 귀환했다는 소식이다. 문 대통령이 해외특사단이 국내에서 최고의 예우로 장군 유해를 직접 맞이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 얼떨결에 티비가 KBS9에 켜져 있어 그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이주는 100년 만이지만, 순국으로는 78년 만의 귀환이라고 한다. 홍범도 장군의 이주가 한 세기를 흘러가는 동안, 한국은 광복 이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만큼 많이 발전해왔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그 시절에, 호랑이 기운으로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몸 바치고 애쓰셨던 분의 투지를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분의 유해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본국으로 가져온 건 참 옳은 일이었다고 본다.
중국도 아닌 카자스탄이라는 생뚱맞은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셨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일본군의 대대적 토벌 작전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영토인 연해주로 1922년에 이동했다고 한다. 이후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러시아로 넘어가 고려인들과 함께 강제적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게 됐다고.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애썼던 모든 분들에게 빚을 지면 살아가고 있다. 그 소중함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며 산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로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봉오동 전투>의 제목을 캘리그라피로 따라 써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서예 글씨체를 바탕으로 한 느낌이 강렬한 체다. 거칠어 보이지만 단단하고 힘 있는 전투적인 느낌을 서체와 깃들여 단어 하나하나에 녹아낸 듯하다. 역입이 기본 시 되는 서예의 획을 사용한 게 '으' 모음이나 각 단어의 자음에서 적용된 게 보인다. 특히나 마지막 글자 '투'의 '우' 부분을 보면, 이 글씨가 서예에 바탕을 두고 변형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의 끝 부분이 일자 형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꼬리처럼 왼쪽으로 새어져 나온 부분은 한석봉체의 한자를 연습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두껍고 긴 서예붓을 이용해 썼을 거라는 예상이 된다. '동' 글자의 자음 디귿을 보면 평범한 붓으로 만들어 낸 글씨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따라 쓴다고 해놓고 시간상의 이유로 여러 번 많이 써보지는 못 했다. <봉오동 전투>의 캘리그라피 제목을 쓰신 분이 캘리그라피로 굉장히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급하게 썼지만 기회가 되면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때까지 더 많이 연습해보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2019년에 개봉했으니 디지털에서 작업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왠지 오프라인에서 작업 후 스캔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저런 힘 있는 체의 느낌을 디지털에서 사용하는 브러쉬로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각 글자의 높이가 내가 쓴 건 조금 짜리몽땅하게 표현됐다. 글자의 각도도 서예에서 한자를 쓸 때처럼 약간 45도씩 비틀어서 쓰여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만큼, 그 보이는 것들을 잘 표현해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홍범도 장군의 봉환식을 기념하여 시기에 맞춰 이런 글씨를 연습해볼 수 있다는 시간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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