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나 구름의 줄기를 뜻하기도 하는 'WISP'
그런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고스트에 따라붙는 연기 줄기 같은 걸로 표현되는 피드를 봤었다. 나에겐 영감이 오는 관련 영화가 별로 없어서 뜻을 계속 더 유심히 쳐다봤다.
'연기의 줄기라면, 담배 연기도 해당하는 거 아니야?'
담배를 멋깔내게 피우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많으니 그런 영화들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생각나는 영화가 없어서 조사가 필요한 하루였다. 영화 화면을 뚫고 나오는 담배와 마약에 쩌든 느낌이 느껴지는 영화 <트레인스포팅>이 생각나서, 맨 첨엔 이 영화로 그릴까 했었다.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메인 이미지로 사용하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느낌의 구도와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다른 영화들을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생각났다. 트렌치 코트에 세련된 선글라스를 쓰고 100달러로 불을 지피며 담배 피우던 주윤발. 하지만 이 영화는 애석하게도 내가 아직 보지 못했다. 나보단 조금 윗 세대의 영화라 한 번 타이밍을 놓치니 계속 놓치게 돼서 여태까지 그 감동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지를 조금 더 펼치다 보니 내겐 왕가위의 홍콩 영화가 더 익숙했고, <화양연화>, <중경상림>, <아비정전>, <해피투게더>등의 영화가 생각났다.
단숨에 옵션이 너무 많아져버리니 그것도 그 나름대로 곤란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장만옥, 장국영의 담배 피우는 모습도 그리고 싶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양조위'를 생각했기에 다른 인물들은 고려사항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조위'는 위에 언급된 왕가위 영화에 다 등장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는 생각나는 장면이 없어, 자료를 조금 더 찾아봤다. '양조위 담배'로도 쳐보고, 'in the mood for love smoking' 로도 쳐보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찾았고, gif로 봤을 때 더 멋짐이 폭발하지만 스틸 이미지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저번에 사용하지 못 했던 화이트 젤잉크 펜을 사용해 담배 연기를 표현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양조위를 제외한 모든 백그라운드를 검정색으로 칠하려고 했지만, 촉이 얇은 만년필로 그 면적을 다 채우는 게 정해진 시간 내에 하기엔 무리여서 일부분만 칠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약간 창문이라는 느낌으로. 만년필의 물기가 아직 잘 마르지 않아서 그런지, 화이트 젤잉크는 화이트의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은 멋들어진 담배 곡선을 한 번에 그려내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고뇌의 느낌이 담배 연기로 뒤죽박죽 엉켜 있는 느낌은 어느 정도 나타난 것 같아서 조금은 만족스럽기도 하다.
<화양연화>는 4K 리마스터링으로 올해 12월 26일에 재개봉한다고 한다. 사실 한 번 본 영화는 여러번 잘 보지 못 하기도 하고, 새롭게 볼 영화들이 많아서 잘 시도하지 않는데 이번엔 영화관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많은 장면들이 명장면이라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어떤 게 최고다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별 장면'에 감정이입을 많이 해서 엉엉 울었던 적이 있어서, 왠지 이번엔 그 장면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재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바뀌어버린 상황 속에서 나는 덤덤히 이 장면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왠지 시도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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