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싶던 어느 날. 우울한 영화의 대부로 알려져 있는 <레퀴엠 포 어 드림>을 봤다. 장면 테크닉이 화려해서 초반에는 신기하다가 나중에는 현란하게 반복되는 편집 스타일로 눈이 피로해짐을 느껴서 생각보다 많이 우울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았다.
마약 딜러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그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냅다 쉽게 달려가는 내 자신이 싫지만, '마리온(제니퍼 코넬리)'은 이미 마약에 중독됐다. 마약의 효력이 떨어질 때 쯤이면, 이 생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또 다른 마약이 필요하지만 살 돈이 없다. 마약을 정당하게 산다는 것도 웃기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없기에 그녀는 자신의 몸을 마약 딜러에게 한 번 내어줌으로써 또 다른 생을 이어간다. 정신과 몸이 피폐해져감을 알고 있지만 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야. 이번 한 번만 하고 끝내야지.'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그의 집에 방문한 '마리온(제니퍼 코넬리).'
이게 왠 걸. 나만 빼고 즐거운 ‘사적 성교 파티’가 이루어지고 있는 날에 약속을 잡은 나쁜 시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건지 아님 이 파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불려진 매춘인진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여자가 알몸으로 쇼 타임의 무대에 올라가 있다.
오늘의 미션은 바로 그 여자와 성 행위를 해야 내가 원하는 마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를 그냥 빠져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진이 빠져 도망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응하게 된다.
직접적인 행위가 나온 건 아니지만, 충분히 어떤 상황인지 그려지는 연출로 인해 이 장면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정말 ‘Disgusting’하다는 것이였다. 역겨워도 한참 역겨운 그런 행위… 같은 여자로써 그런 상황에 빠진 ‘마리온’에게 이입도 많이 되고, 모든 걸 포기한듯 한 그녀의 눈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이 보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그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그렇게 엄청 많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여자를 노리개로 사용한다는 그 전체적인 사실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잉크토버 11일 차 챌린지 리스트의 키워드, ‘Disgusting’과 관련해선 두 여자가 성교 행위 하는 장면을 그려보기로 했다. 벌거벗고 있는 나체 그림을 올리는 게 맞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그대로 그리고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거기까진 많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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