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맡았던 한국 영화 <그해 여름>의 제목을 손글씨로 따라 써 보는 연습을 했다. 영화는 시청하지 않았지만, 포스터를 살펴봤을 땐 남녀의 슬픈 러브스토리가 메인 느낌으로 진행되는 듯한 영화로 읽혔다. 두 배우의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이 맺혀있고, 흐물거리는 그런 멜랑한 분위기를 제목에 녹아내려고 표현한 것 같았다.
수채화 종이에 수채화 물감을 한 방울 톡 떨어트린 것 같은 효과가 글자 '그'와 '름'에 잘 나타나 있다. 얇은 캘리붓으로 그 묵직하게 떨어진 물감 한 방울의 효과를 내려니 번짐이 약해서 쉽게 발현되지 못했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에 손글씨 느낌의 캘리그라피체가 제목에 쓰였다니 이건 꽤나 앞서갔던 시도였지 않나 싶다. 여러 번 '그해 여름'을 손글씨로 연습해봤는데 포스터의 느낌처럼 완벽하게 따라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포스터에 사용된 글씨체를 연습하는데 내가 편하게 사용하던 익숙한 글씨체가 은연중에 체에 묻어나왔다. 큰 서예붓으로도 글씨 쓰기를 연습해봤는데, 작은 캘리붓으로 썼을 때보다 더 잘 안 써졌다. 개인적으로 요즘에 자주 보는 스타일의 캘리그라피 글씨체는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올드한 느낌도 들었다.
<그해 여름> 포스터 상하단에 각 배우의 입장에서 사용됐던 걸로 보이는 대사가 인용되어, 붓글씨로 쓰인 것도 연습해봤다. 완전한 궁서체는 아니고, 개인의 글씨체로 보이는 듯한 것이라 이 역시 완벽하게 따라쓰기는 힘들었다. 주고받는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좋아 써봤다.
나는 참 나쁜 사람입니다
당신을 자꾸 눈물짓게 합니다
- 윤석영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나를 항상 웃게 합니다
- 서정인
언젠가 문득 저 대사가 생각나는 어느 여름이 오면, 이 영화를 꺼내볼 마음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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